시사교양
PD 수첩 홈페이지로 가기
1394회 2023년10월31일
2022년 10월 29일, 159명의 삶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그날로부터 1년이 흘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사회적 참사 앞에, 정부 주요 인사들은 사과와 약속을 쏟아냈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대통령이 직접 약속하고, 유가족이 마지막으로 바랐던 것. 국가의 부재를 목격했던 1년 전 그날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나아왔을까.

▶유가족의 1년, ‘정치’가 돼버린 죽음들 
 충남 홍성의 한 철물점. 최선미 씨는 이곳에서 남편과 매일같이 보라색 리본을 만든다. 딸 가영 씨가 떠오를 때마다, 오리고 붙여 만든 수만 개의 리본들. 추모의 상징이 된 보라리본을 들고 엄마는 매주 서울행 기차에 오른다. 참사 후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자식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 말하는 유가족들.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행여 그날이 잊힐까, 유가족들은 오늘도 리본을 한 움큼 챙겨 청계천으로 향한다. 하지만 ‘정치적 행진은 안 된다’며 막아서는 관계자에 의해, 또 한 번의 소동이 벌어지고... 자식이 죽은 이유를 알기 위해 견뎌온 유가족의 1년이, 누군가에겐 정치가 돼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책임자 없는 1년, 짙어진 의문
 10.29 참사 후 1년이 흘렀지만,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전무한 상황이다. 참사 당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재난안전담당 당직자에게 ‘대통령 비방 전단지’ 수거를 지시한 사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무전기로 다수의 비명소리를 청취한 정황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지만, 이들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재판이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유가족들의 의문은 더욱 짙어졌다. 대학 졸업을 앞둔 딸 혜리 씨를 떠나보낸 엄마 김영남 씨는 밤 10시 33분에 걸려온 딸의 전화를 듣고 또 듣는다. 10시 15분이라는 사망진단서의 기록과 달리 10시 33분에 딸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 딸의 마지막 연락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풀리지 않는 의문이 가득하지만, 경찰, 검찰 그 어디에 물어도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다.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고 흘러가버린 1년의 시간, 그 안에 여전히 남겨진 의혹과 쟁점을 짚어본다.

▶저는 참사 생존자입니다
 그날 이태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희생자가 그리고 수많은 생존자가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공식 집계한 부상자만 300여명에 이르지만, 이들은 참사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놀러가서 죽었다’는 세상의 편견과 참사에 대한 정치인들의 망언이 그들의 입을 막았다. PD수첩은 그날의 기억을 묻어두는 대신, 더 적극적으로 기억하기로 결심한 두 명의 생존자를 만났다. 1주기를 앞두고 이태원을 다시 찾은 생존자 이주현 씨. 그는 1년 만에 다시 마주한 그 골목에서, 그날을 기억하는 반갑고도 애틋한 얼굴을 만난다. 올해 핼러윈에도 이태원에 가겠다 말하는 주현 씨가 그 골목에서 전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일까.
 
 참사의 현장, 진상규명의 과정, 애도의 시간 그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다 말하는 유가족들. 누구의 책임도 없이 흘러가버린 1년을 조명한 <기억과 외면 – 10.29 참사 그 후>는 10월 31일 밤 9시 MBC에서 방송된다.
◁ 이전 목록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