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사람이 좋다 홈페이지로 가기
338회 2019년11월5일
@ 80년대 워너비 어린이, 국민 아역 배우 이재은. 
                                             그때는 채 다 말 못 한 사연 
주요 출연 작품만 드라마 34편, 영화 17편,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 활동 13편! 중장년은 돼야 가능한 필모그래피를 지녔지만, 이제 막 사십 대에 들어선 배우 이재은(40세). 1984년 다섯 살에 우연히 참여한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3위로 입상한 후, CF모델로 처음 데뷔했다. 이어, 한글도 읽지 못하는 나이에 엄마가 불러주는 대사를 외워가며 연기를 시작한 그녀는 80년대 대표 어린이 영화 <우뢰매>를 시작으로, 드라마 <토지>, <하늘아 하늘아>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해 깜찍한 연기를 선보여 대한민국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당시 대한민국에 존재했던 아동복 브랜드 10개 모두에서 전담 모델로 활동했던 만큼 부모들의 워너비 어린이였던 이재은.
1999년, 스무 살이 돼서는 영화 <노랑머리>를 통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 제20회 청룡영화제와 제3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아역 이미지 탈피에 성공했고, 더불어 연기력까지 인정받았다. 이어 MBC 시트콤<논스톱>과 드라마 <인어아가씨>에 출연하며 하이틴스타로 발돋움했고, 가수 활동까지 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는데….
스물일곱 꽤 이른 나이에 돌연 결혼을 하면서 하이틴스타의 인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뒤늦게 알려진 이재은의 개인사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바로 다섯 살 때부터 내내 연예 활동을 해서 가정 경제를 홀로 책임져왔다는 것. 영화 <노랑머리>는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영예를 안겨준 작품이기는 하지만, 실은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 출연을 결정했다.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에 당시 어렸던 그녀는 상처가 컸고, 원치 않는 연기를 하지 않으려면 집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여겼기에 결혼을 서둘렀다고 한다.
사실, 신문기자였던 그녀의 아버지 故 이정섭 씨는 폐결핵으로 직장에 다닐 수 없게 된 후, 경력이 단절됐다. 이후 가장으로 바로 서보려 갖은 노력을 했지만, 여러 차례 사기를 당했고, 본인 대신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딸에게 늘 미안해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노출 강도가 높은 영화를 촬영해야 했을 때는 특히 마음 아파했다고 하는데….
영화 <노랑머리> 찍을 때 재은이하고 둘이서 무지 울었거든요. 저도 안 시키고 싶은 걸 어쩔 수 없이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재은이 아버지도 미안하고 힘들어서 아마 어느 정도 충격을 받았던 것 같고, 그래서 돌아가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 어머니 조현숙 씨 인터뷰 中
생전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이재은의 활동 자료 파일에는 영화 <노랑머리> 관련 자료가 꼼꼼하게 스크랩되어 있었다. 뒤늦게 관련 스크랩을 발견한 이재은은 당시 아버지의 심정을 다시 헤아려 보는데…. 어머니와 함께 경기도의 한 추모관에 모셔져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을 <사람이 좋다>가 함께 한다.

@ 3년간의 우울증을 극복,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 엄마.
아역 이후로 최대의 전성기를 맞았을 때 결혼을 택했던 이재은. 그러나 결혼 11년 만인 지난 2017년, 갑작스레 이혼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통 소식이 없던 그녀가 올가을, 2년의 공백을 깨고 활동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하고, 함께 뮤지컬 무대에 섰던 동료들과 만나 동동주 한 잔에 회포를 풀기도 했는데…. 그동안 그녀가 소식을 알리지 않은 채 꼭꼭 숨어 지낸 이유가 있었다.
결혼 후, 삶을 바라보는 방식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하자, 그녀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됐다. 마음의 병 때문에 식욕을 조절하기 힘들어 점점 살이 쪘고 급기야 체중이 80kg에 육박. 고지혈증, 고혈압과 같은 비만성 질병으로 힘들었던 것은 물론, 한때 예쁜 외모로 주목받던 여배우였기 때문에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이 절망스러웠다고 한다.
우울증을 의심하면서도 혼자서만 앓았던 시간 5년, 끝내 극복할 수 없어 병원의 도움을 받았던 시간 3년. 거의 7~8년이란 긴 시간을 그녀는 우울증을 앓고 있단 것 과 결혼에 실패했단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세상과 벽을 쌓고 지냈다는데….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받아준 어머니 조현숙 씨(66세).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지낸 지난 2년 동안 그녀는 어머니 덕분에 우울증에서 벗어나 예전의 예쁜 이재은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숨이 안 쉬어져. 내가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다시 관심받고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엄마가 ‘너 아직 젊고 예쁜데 왜 못 해?’라고 말하더라고요.
◁ 이전 목록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