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홈페이지로 가기
218회 2023년07월9일
순식간에 집안에 물이 차올랐다. 창문과 현관문 틈을 비집고 빗물이 밀려온다. 화장실과 부엌 개수대에서도 물이 거꾸로 치솟는다. 문틈을 막았던 이불도 잔뜩 물을 먹자 버티지 못한다. “물벼락 맞은 거지. 냉장고가 넘어지더니, 물에 떠다녔어요” (반지하 피해 주민). 폭우가 강타했던 지난해,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 곳곳에선 사투가 벌어졌다. 반지하의 일가족이 숨지는 참사까지 벌어졌다. 그로부터 1년, 다시 장마가 시작됐다. 반지하 주민들을 지상으로 이주시키고, 물막이판 같은 최소 안전설비를 설치하겠다던 정부와 지자체 약속은 잘 지켜졌을까.      

  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뜻하는 ‘지옥고’. 불안정한 주거를 설명하는 말이다. ‘최저 주거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주거지에서 서민들이 겪는 괴로움을 뜻하기도 한다. 그나마 주택으로 분류돼 법의 규제를 받는 반지하 주택은 줄고 있지만, 고시원과 쪽방, 비닐하우스같은 비주택 거처는 증가 추세다. 물난리를 피해 반지하를 떠나 지상으로 올라가려 해도, 갈 곳은 마땅치 않다. 지옥고의 ‘풍선 효과’. 소득 수준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들이 향하는 곳은 고시원과 쪽방 같은 곳뿐이다.          

  인천 미추홀 등 전국의 전세 사기 피해도 진행형이다. 경매에 넘어간 집을 피해자들이 우선 매입할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돈을 더 빌려야만 살 수 있다. 정부가 주거 안정을 위해 피해자들의 집을 사들여 공공 임대주택으로 운용하겠다는 대책도 내놨지만, 관련 예산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다. 

  주거 안전을 위협받는 계층이 늘고 있다. 공공주택과 주거급여가 필요한 새로운 취약계층이 등장하고 있다. ‘지옥고’ 주민들과 전세 사기 피해자들까지 제한된 주거 복지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다. “일종의 ‘불행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더 힘들다', '내가 더 열악하다' 이런 것들을 증명해 내면서 정부의 임대 주택에 들어가야 되는 거죠”.  <스트레이트>는 주거 위기에 놓인 지옥고 주민들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다. 주거 정의란 무엇인지, 재난 앞에서 우리의 주거 안전망은 충분한지 따져봤다.
◁ 이전 목록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