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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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회 2008년10월3일
주꾸미, 희망을 부르다

한국방송사상 최초로 주꾸미의 짝짓기에서 산란, 부화까지의 전과정을 촬영하
는데 성공!!

예로부터 ‘봄 주꾸미’라는 말이 있다.

주꾸미는 4-6월경 산란을 하는데, 이때의 맛이 1년 중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
이다. 약10년전부터 친근한 먹거리가 된 주꾸미. 흔히 '쭈꾸미'로 부르지만 '주꾸
미'가 정확한 이름이다. 주꾸미는 낙지와 함께 문어과에 속하지만 크기는 조금 작
다. 낙지가 약70cm정도 크기인데 비해 주꾸미는 20cm정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꾸미가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산란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봄 주꾸미는’ 맛도 맛이지만, 어민들에게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던 고마운 존재
였다.  더구나 주꾸미 최대 산지인 태안반도 어민들은 주꾸미 잡이로 땅 하나 없는 
사람들도 그동안 크게 돈 걱정 않고 집안 살림을 꾸려올 수 있었다는데...  

하지만 지난겨울 발생한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수많은 생명체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다.
주꾸미도 예외는 아니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서서히 죽어가는데...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태안 어민들의 모습과 
오염된 바다에서 오직 생존본능에 의지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주꾸미들의 모습을 통
해 절망의 바다 태안에 울려 퍼지는 작은 희망의 불씨를 조명해본다.  

♣ 주꾸미들의 이동, 전쟁이 시작됐다!! 

주꾸미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단독 생활을 하는 주꾸미는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는 봄이 되면 수심 50미터의 심해
에서부터 수온이 따뜻하고 먹이가 풍부한 얕은 바다로 이동을 하는데, 그 기간이 무
려 한 달에 이를 만큼 대 장정을 펼친다. 
이 기간에는 각자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주꾸미들 간의 잦은 싸움이 발생하는 탓에 
조용했던 바다가 수시로 주꾸미들의 전쟁터로 돌변한다. 

♣ 쉼터를 찾아라!! 

주꾸미들의 긴 여정에는 때때로 쉼터가 필요한데, 바다에 버려진 라면 봉지 속에 쉼
터를 마련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비좁은 쓰레기봉투 대신 갯벌의 자유를 택하는 
녀석들도 있다. 

그런데 좀 전에 갯벌로 들어갔던 녀석이 이내 모습을 드러내더니 얼마 안가 비틀거
리며 
맥없이 죽어 가는데...
대체 이 바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태안의 기적은 섣부른 기대였나!  

100만 명이 넘게 다녀간 자원봉사자들... 이후 사람들은 태안의 기적을 노래했다.
그러나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기름 유출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의항리는 3월이 되어도 출어가 금지됐으며 어민들
은 꼬박 방제작업에만 매달려야했다. 
태안 바다 밑바닥엔 죽은 조개들로 거대한 조개의 공동묘지를 이루고 있었으며 뻘 
속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 해삼은 내장까지 토해낸 채 괴로움 속에 죽어갔다.  

주꾸미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하루에 30마리도 넘는 주꾸미가 죽은 채 바닷가로 밀
려왔고, 몸에서는 계속해서 기름이 흘러나와 죽은 녀석들의 주변에 기름띠를 드리웠
다. 뿐만 아니라 굴 양식장은 기름에 범벅된 채 완전히 폐허로 변해버렸다. 
과연 주꾸미들은 이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먹고 먹히는 냉정한 세계  

주꾸미들에게 바다는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잠깐의 휴식을 위해 바닥에 내렸다가 낙지의 기습을 받고 죽다 살아난 주꾸미. 
그런가하면 커다란 게의 집게발에 걸려 결국 최후를 맞는 주꾸미들도 있다. 
또, 어민들이 뿌려놓은 소라껍질 미끼에 현혹돼 들어갔다가 그대로 잡혀가는 신세
도 있다. 주꾸미들 간의 동종포식도 확인됐다.
그래도 용케 살아남은 녀석들은 치열하게 생명의 고리를 이어간다. 

♣ 수컷들의 고난  

짝짓기의 선택권은 오직 암컷에게 있다. 
산란이 임박하지 않으면 암컷은 결코 짝짓기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나 저제나 암컷의 산란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수컷들.
이들이 하는 일은 매일 아침 몸단장하기와 암컷 집 앞에서 무작정 보초서기. 
그러다 도전자를 만나면 죽기 살기로 싸우데, 때로는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기도 한
다.  
문제는 상처를 입었을 경우, 이를 알고 달려드는 물고기들의 습격이다.  결국 상처 
입은 주꾸미는 물고기와 바다의 장의사 불가사리의 밥이 되어 짧은 생을 마감한다.  
산란기가 임박한 암컷은 결국 수컷을 받아들이고 40여분에 걸쳐 사랑을 나눈다. 

♣ 암컷 주꾸미의 모정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은 미리 봐둔 보금자리로 돌아가 홀로 산고를 치른다.
이때 암컷은 몸에서 나온 타액과 이끼를 섞어 긴 줄을 만든 후 그 위에 알이 떨어지
지 않도록 하나하나 붙여가며 400여개의 알을 낳는다. 
산란을 했다고 암컷의 임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알이 부화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빨판을 이용해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알에 불
순물이 붙지 않도록 일일이 불고 닦아준다.
알을 품는 동안 암컷은 거의 먹이를 먹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수온이 차다.  때문에 알들의 부화는 더뎌지고 그만큼 어미들
도 지쳐가는데...  

산란한지 한 달이 넘자 죽어가는 어미와 알들이 속출한다. 
어민들이 버리고 간 통발에 묶인 소라껍질 속에 산란을 한 어미.
과연 새끼들은 무사히 부화할 것인가... 
여리고 작은 생명들은 과연 태안에 희망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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